연금저축 중급 시리즈 9편-연금저축과 IRP를 함께 투자한다면 자산을 어떻게 나눠야 할까?
연금저축과 IRP를 함께 가입한 사람에게 의외로 자주 생기는 일이 있습니다.
연금저축에서도 ETF를 사고, IRP에서도 ETF를 사는데 정작 두 계좌를 합치면 내 돈이 어디에 얼마나 투자되어 있는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계좌가 두 개니까 투자도 두 번 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연금저축에서는 S&P500 ETF를 사고, IRP에서도 비슷한 미국 주식 ETF를 삽니다.
각 계좌만 보면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두 계좌를 합쳐보니 전체 노후자금의 상당 부분이 미국 주식시장에 집중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연금저축과 IRP를 함께 운용한다면 질문을 조금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금저축에는 무엇을 담을까?”가 아니라 “내 연금자산 전체를 어떻게 구성할까?”
두 계좌를 따로 보면 자산배분이 왜곡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금저축에 3,000만 원, IRP에 2,000만 원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연금저축에는 미국 주식 ETF 2,000만 원, 기타 자산 1,000만 원을 가지고 있고 IRP에는 미국 주식 ETF 1,000만 원, 기타 자산 1,000만 원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각 계좌를 따로 보면 크게 이상해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5,000만 원을 합치면 미국 주식 ETF에 3,000만 원이 들어가 있습니다.
즉 전체 연금자산의 상당 부분이 같은 시장에 노출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계좌별 분산과 전체 자산의 분산은 다를 수 있습니다.
연금저축과 IRP를 ‘한 지갑’처럼 보는 이유
두 계좌에는 각각 다른 규칙과 특징이 있습니다.
하지만 노후생활이라는 최종 목적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전략을 세울 때는 두 계좌를 완전히 별개의 돈으로 보기보다 하나의 은퇴자산을 두 개의 계좌에 나눠 담는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편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냉장고가 두 개 있다고 해서 식재료를 두 냉장고에 무작정 나눠 넣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무엇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연금저축과 IRP도 비슷합니다.
계좌는 두 개지만 은퇴 후 사용할 돈이라는 목적은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연금저축에는 무엇을 담아야 할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정 ETF를 정답처럼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자신의 전체 자산을 살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체 연금자산에서 주식 비중을 70% 정도로 가져가기로 했다면 연금저축과 IRP를 합친 뒤 그 비율이 실제로 맞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다음 각 계좌의 특성과 투자 가능 범위를 고려해 어디에 어떤 자산을 배치할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즉,
전체 자산배분 → 계좌별 역할 → 실제 상품 선택
순서로 내려오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ETF 선택 → 또 다른 ETF 선택 → 나중에 자산배분 확인
순서로 접근하면 계좌가 점점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IRP는 안전자산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다르다
연금저축과 IRP를 함께 운용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IRP는 투자상품 선택에서 연금저축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계좌의 특성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특히 IRP에서는 위험자산 투자에 일정한 제한이 있기 때문에 전체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이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연금저축과 IRP에 똑같은 투자상품을 단순하게 복사하는 것보다 두 계좌의 특성을 활용해 전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한도와 상품 분류는 제도 변경이나 상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투자 전에는 금융회사와 관련 제도의 최신 기준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연금저축은 공격적으로, IRP는 안전하게’가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
연금저축과 IRP를 비교하다 보면 이런 식으로 단순화하기 쉽습니다.
“연금저축은 주식형 ETF를 담고 IRP는 안전자산으로 구성하면 된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맞는 방법은 아닙니다.
투자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현재 다른 금융자산은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은퇴 후 필요한 생활비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적절한 자산배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연금저축과 IRP 외에 예금이나 부동산, 일반 투자계좌 등 다른 자산이 있다면 연금계좌만 떼어놓고 위험도를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전체 재산에서 주식 비중이 이미 높은 사람과 연금계좌가 사실상 유일한 금융자산인 사람은 같은 포트폴리오를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계좌별 수익률보다 전체 연금자산을 봐야 한다
연금저축에서 수익률이 +15%이고 IRP가 +5%라면 어느 계좌가 더 잘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만으로는 아무것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연금저축에 위험자산이 많이 들어 있고 IRP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이 들어 있다면 수익률 차이는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두 계좌를 합친 전체 자산이 내가 정한 위험 수준과 목표에 맞게 움직이고 있는지입니다.
그래서 연금저축과 IRP를 함께 가지고 있다면 최소한 정기적으로 두 계좌를 합쳐서 보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새로운 돈을 어디에 넣을지도 자산배분의 일부다
두 계좌를 함께 운용할 때 활용하기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신규 납입금액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전체 포트폴리오를 확인했더니 주식 비중이 목표보다 높아졌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때 기존 상품을 바로 매도하는 방법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새로 들어오는 돈을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아진 자산에 배분하면 전체 비중을 천천히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특히 연금저축과 IRP에 매달 계속 돈을 넣는 사람에게 유용한 사고방식입니다.
리밸런싱은 반드시 매도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돈의 방향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은퇴가 가까워지면 두 계좌를 보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투자기간이 20년 남은 사람과 은퇴까지 3년 남은 사람이 같은 자산배분을 유지할 필요는 없습니다.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중요한 것은 단순히 자산을 얼마나 많이 불렸느냐가 아닙니다.
갑자기 시장이 크게 하락했을 때 생활비를 어디에서 꺼낼 것인가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은퇴 직전에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한다면 주식자산을 바로 매도해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전체 자산에서 단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과 안정적인 자산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단순한 ETF 선택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계좌가 아니라 ‘은퇴자산 전체’다
연금저축과 IRP를 각각 잘 운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두 계좌가 모두 노후자금이라면 최종적으로 봐야 할 것은 두 계좌를 합친 전체 자산입니다.
연금저축에 무엇을 담을지 결정하기 전에 IRP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고, IRP에서 투자하기 전에 연금저축과 다른 금융자산까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특정 국가나 산업에 자산이 지나치게 몰리는 것을 발견할 수 있고, 은퇴 시점에 필요한 위험 수준도 조금 더 현실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결국 좋은 포트폴리오는 계좌마다 따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체 은퇴자산을 하나의 그림으로 보고 그 안에 계좌를 배치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중급 시리즈의 마지막 주제를 다뤄보겠습니다.
연금저축을 10년 이상 운용하다 보면 처음 투자할 때와 나의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연금저축을 오래 운용하면 투자전략도 바꿔야 할까?”
다음 편에서는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나이와 은퇴시점에 따라 연금저축 투자전략을 어떻게 다시 점검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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