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 중급 시리즈 8편-연금저축에서 리밸런싱은 꼭 해야 할까? 언제 바꿔야 할까?
연금저축에 ETF를 꾸준히 담다 보면 처음과 계좌의 모습이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미국 주식 ETF 70%, 다른 자산 30%처럼 나름대로 비율을 정해놓았는데, 몇 년 지나 계좌를 확인하면 미국 주식 ETF의 비중이 80%를 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자산 가격이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수익이 많이 난 자산의 비중은 자연스럽게 커지고, 상대적으로 덜 오른 자산의 비중은 작아집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리밸런싱입니다.
그런데 연금저축을 공부하다 보면 리밸런싱을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장기투자라면 굳이 건드리지 말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요?
리밸런싱은 ‘수익률을 높이는 기술’이 아니다
리밸런싱을 처음 접하면 주가가 많이 오른 상품을 팔고 떨어진 상품을 사서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핵심은 조금 다릅니다.
리밸런싱의 기본 목적은 처음 정한 자산배분 비율이 지나치게 흐트러졌을 때 다시 원래의 위험 수준에 가깝게 맞추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 A자산 60%, B자산 40%로 구성했다고 해보겠습니다.
A자산이 크게 올라 전체 계좌에서 75%를 차지하게 됐다면 처음 생각했던 위험 수준과 현재 계좌의 위험 수준이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리밸런싱은 이 차이를 다시 점검하는 과정입니다.
즉,
“무엇이 많이 올랐으니 팔자”가 아니라 “내가 처음 정한 위험 수준에서 너무 멀어졌나?”
가 핵심 질문입니다.
ETF 하나만 투자한다면 리밸런싱은 필요할까?
이 질문부터 생각해보면 리밸런싱의 의미가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하나의 ETF에만 투자하고 있다면 여러 자산 사이의 비중을 조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ETF를 여러 개 가지고 있거나 주식과 채권처럼 성격이 다른 자산을 함께 보유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주식형 자산 70%, 안전자산 30%로 시작했는데 주식시장이 크게 상승했다면 어느 순간 주식 비중이 훨씬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때 투자자가 느끼는 위험도 처음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리밸런싱은 ETF의 개수보다 포트폴리오에 서로 다른 성격의 자산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리밸런싱을 너무 자주 하면 생기는 문제
그렇다고 매달 비율을 확인하면서 사고팔 필요는 없습니다.
자산 가격은 매일 움직입니다.
오늘 70 대 30으로 맞춰놓아도 며칠 뒤에는 다시 71 대 29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작은 변화까지 계속 맞추려고 하면 장기투자라는 목적과 달리 계좌를 지나치게 자주 들여다보게 됩니다.
특히 연금저축은 장기간 운용하는 계좌이기 때문에 작은 가격 변동마다 투자계획을 수정하는 습관은 오히려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리밸런싱은 주가를 예측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내 자산배분이 계획에서 크게 벗어났는지를 확인하는 관리 방법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언제 리밸런싱해야 할까?
정해진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몇 가지 기준을 만들어 놓으면 판단하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첫 번째 방법은 ‘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것
예를 들어 6개월 또는 1년에 한 번 정도 계좌를 점검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실제로 매매까지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현재 비중이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합니다.
큰 차이가 없다면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비율’을 기준으로 하는 것
처음 목표 비중에서 일정 수준 이상 벗어났을 때만 조정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목표 비중에서 5%포인트 이상 차이가 발생하면 다시 검토하는 식입니다.
이 방법의 장점은 시장이 조금 움직일 때마다 매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5%라는 숫자가 모든 사람에게 정답인 것은 아닙니다.
자산의 변동성과 투자기간, 투자목적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기준을 정해야 합니다.
연금저축에서는 ‘매도’보다 신규 납입금액을 활용할 수도 있다
리밸런싱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기존 ETF를 팔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A자산의 비중이 너무 커지고 B자산의 비중이 작아졌다면 신규로 납입하는 돈을 B자산에 더 많이 배분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기존 자산을 매도하지 않고도 전체 비중을 서서히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매월 연금저축에 새로운 돈을 넣는 사람이라면 활용하기 좋은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A와 B를 50 대 50으로 매수했지만 A의 비중이 너무 높아졌다면 한동안 신규 납입금을 B에 더 많이 배분하는 식입니다.
리밸런싱을 꼭 ‘팔아서 맞추는 작업’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리밸런싱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비중이 바뀌었다고 무조건 원래 비율로 되돌려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먼저 물어봐야 합니다.
“내가 처음 정했던 비율이 지금도 나에게 맞는가?”
몇 년 동안 투자하면서 소득이나 가족 상황, 은퇴 시점, 투자기간 등이 달라졌다면 처음의 자산배분 자체가 더 이상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은퇴까지 20년이 남았을 때와 5년밖에 남지 않았을 때 똑같은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는지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예전 비율로 되돌리는 것보다 현재 상황에 맞게 목표 비중을 다시 설정하는 것이 먼저일 수 있습니다.
리밸런싱을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
모든 투자자가 반드시 리밸런싱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투자상품 하나만 장기간 보유하는 전략이라면 애초에 여러 자산의 비율을 조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 포트폴리오가 단순하고 투자목적이 명확하다면 자주 비중을 조정하는 것보다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더 적합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리밸런싱을 했느냐가 아니라 현재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내가 이해하고 있느냐입니다.
연금저축에서 리밸런싱은 ‘정답 맞히기’가 아니다
리밸런싱을 하면 항상 수익이 좋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오른 자산을 일부 줄이고 상대적으로 덜 오른 자산을 늘리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후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리밸런싱을 수익률을 높이는 비법으로 접근하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내가 처음 감당하려고 했던 위험 수준과 지금의 위험 수준이 너무 달라졌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그렇다’면 리밸런싱을 검토할 이유가 생깁니다.
연금저축에서 가장 좋은 리밸런싱은 ‘계좌를 덜 흔드는 것’일 수도 있다
연금저축을 오래 운용할수록 투자자는 시장의 모든 움직임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올랐다고 따라가고, 떨어졌다고 도망가고, 다시 오르면 뒤늦게 들어가는 행동을 반복하면 장기투자의 장점을 살리기 어렵습니다.
리밸런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주 바꾸는 것이 능숙한 투자가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만 계획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결국 리밸런싱의 핵심은 매매가 아닙니다.
내 자산배분을 다시 바라보고 현재의 나에게도 그 비율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연금저축 투자자라면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문제를 다뤄보겠습니다.
연금저축과 IRP를 둘 다 가지고 있다면 각각 따로 투자해야 할까요?
아니면 두 계좌를 하나의 포트폴리오처럼 묶어서 자산을 배분하는 것이 나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연금저축과 IRP를 함께 투자할 때 자산을 어떻게 나눠볼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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