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 중급 시리즈 5편-연금저축펀드가 마이너스가 됐을 때 팔아야 할까? 기다려야 할까?
연금저축을 몇 달 또는 몇 년 운용하다 보면 언젠가는 마이너스 숫자를 마주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괜찮습니다.
“장기투자니까 조금 떨어질 수도 있지.”
그런데 -5%가 -10%가 되고, 어느 날 -20%까지 내려가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매달 넣은 돈은 그대로인데 평가금액은 줄어들고 있으니 계좌를 열어보는 것 자체가 싫어집니다.
이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보통 두 가지입니다.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나?”
또는
“장기투자니까 그냥 버텨야 하나?”
그런데 사실 둘 다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마이너스라는 숫자만 보고 결정하기보다 왜 마이너스가 되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20%라는 숫자만 보면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
예를 들어 어떤 ETF가 -20%라고 해보겠습니다.
이 숫자만 가지고는 지금 매도해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전체 주식시장이 함께 크게 떨어진 것인지, 특정 산업만 급락한 것인지, 아니면 해당 ETF가 추종하는 자산 자체에 구조적인 문제가 생긴 것인지에 따라 판단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시장 전체가 하락한 상황이라면 투자계획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먼저일 수 있습니다.
반면 내가 처음부터 잘못된 이유로 특정 테마에 집중 투자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하락했다는 사실과 잘못된 투자였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이 둘을 구분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왜 샀는지’ 다시 보는 것
마이너스가 됐을 때 계좌 수익률부터 계속 확인하는 것보다 처음 ETF를 샀던 이유를 다시 보는 편이 낫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대형주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을 기대해서 샀다.”
라고 처음에 생각했다면 시장 전체가 하락했다고 해서 투자 이유가 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에 가장 많이 올랐길래 샀다.”
가 투자 이유였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가격이 오르는 동안에는 이 차이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락장이 오면 내가 투자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래서 저는 연금저축에서 ETF를 매수할 때 투자 이유를 짧게라도 메모해두는 것을 권합니다.
나중에 하락장이 왔을 때 그 메모가 생각보다 유용합니다.
마이너스가 됐다고 추가 매수부터 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하락하면 흔히 “싸졌으니 더 사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장기적인 투자계획에 따라 정기적으로 추가 매수하는 것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물타기를 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처음부터 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았던 상품이라면 가격이 떨어졌다고 더 사는 순간 특정 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체 연금자산에서 특정 산업 ETF의 비중이 이미 지나치게 높다면 추가 매수보다 자산배분을 먼저 점검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즉,
“싸졌으니까 산다”
가 아니라
“내 장기 투자계획에서 지금 가격에 추가 투자할 이유가 있는가?”
를 물어봐야 합니다.
오히려 확인해야 하는 것은 ‘내가 얼마나 떨어졌나’보다 ‘얼마나 집중했나’다
연금저축 계좌가 마이너스일 때 투자자들은 평가손실 금액을 가장 먼저 봅니다.
하지만 저는 그보다 특정 ETF나 자산에 돈이 얼마나 몰려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처음에는 20%만 넣었던 ETF가 크게 상승하면서 어느 순간 전체 계좌의 40%를 차지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비중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시장 움직임에 따라 포트폴리오 비중은 계속 변합니다.
그래서 장기간 투자한다면 단순히 “수익률이 플러스냐 마이너스냐”만 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자산배분이 처음 계획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락장에서 가장 위험한 행동은 감정적으로 계획을 바꾸는 것이다
주가가 떨어질 때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평소에는 장기투자를 이야기하다가도 실제 돈이 줄어들면 생각보다 쉽게 마음이 흔들립니다.
특히 하루에도 여러 번 계좌를 확인하면 작은 변동에도 투자 판단을 바꾸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연금저축을 장기간 운용한다면 매일 계좌를 확인하는 습관부터 줄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장기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하루의 가격보다 전체 투자기간입니다.
물론 계좌를 아예 확인하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일정한 주기로 자산배분과 투자목적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만 점검과 불안해서 확인하는 것은 다릅니다.
그렇다면 언제 ETF를 바꿔야 할까?
“장기투자니까 무조건 버텨라”라는 말도 위험합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면 투자상품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처음 생각했던 투자 목적과 실제 상품의 성격이 달랐을 때입니다.
둘째, 특정 자산이나 산업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을 때입니다.
셋째, 투자 변동성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입니다.
넷째, 상품 자체의 구조나 투자전략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단순히 “마이너스니까 기다린다”가 아니라 투자계획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손실을 보는 것과 실패하는 것은 다르다
연금저축을 장기간 투자하면서 한 번도 마이너스를 경험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시장은 오르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마이너스를 경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마이너스가 발생했을 때 내가 어떤 기준으로 움직이는가입니다.
손실이 발생했을 때 무조건 팔아버리면 하락장에서 손실을 확정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 생각 없이 계속 보유하면 처음부터 잘못 선택한 상품을 방치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가운데에 있는 판단입니다.
시장 전체의 하락인지, 상품 선택의 문제인지, 자산배분의 문제인지 구분하는 것.
그것이 연금저축 투자에서 생각보다 중요한 능력입니다.
연금저축에서는 ‘수익률 관리’보다 ‘판단 관리’가 중요하다
연금저축은 하루 이틀의 수익률을 맞히는 계좌가 아닙니다.
오랜 기간 투자하면서 시장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마이너스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매도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왜 이 상품을 샀는지, 지금도 그 이유가 유효한지, 그리고 현재 자산배분이 내 계획과 맞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거친 뒤에도 투자 이유가 남아 있다면 단기적인 하락만으로 투자계획을 바꿀 필요가 없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투자 이유가 사라졌다면 손실 여부와 관계없이 다시 판단해야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하락장과 반대되는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ETF를 꾸준히 사다 보면 어느 순간 “매달 같은 ETF를 계속 사는 게 정말 좋은 방법일까?”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다음 편에서는 연금저축에서 매월 일정한 금액을 투자하는 방식이 실제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언제 조정할 필요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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