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 중급 시리즈 3편-연금저축 ETF, 하나만 사는 게 좋을까 여러 개가 좋을까?
연금저축으로 ETF 투자를 시작하면 이상하게 욕심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하나만 사려고 했는데 미국 주식 ETF도 좋아 보이고, 배당 ETF도 눈에 들어오고, 반도체 ETF까지 관심이 갑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계좌에 ETF가 서너 개, 많게는 열 개 넘게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번 멈춰볼 필요가 있습니다.
ETF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과 투자를 잘 분산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ETF가 5개인데 왜 계좌가 같이 움직일까?
연금저축 계좌에 ETF 5개를 담았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겉으로 보면 꽤 잘 분산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구성 종목을 하나씩 들여다보니 비슷한 대형 기술주가 여러 ETF에 반복해서 들어 있다면 어떨까요?
상품은 5개지만 실제로는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생각보다 커질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시장이 해당 산업에 우호적이면 계좌가 빠르게 올라갈 수 있지만 반대 상황에서는 여러 ETF가 동시에 하락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ETF를 고를 때는 “몇 개를 가지고 있느냐”보다 “무엇에 투자하고 있느냐”가 먼저입니다.
하나만 가지고 가는 전략도 충분히 가능하다
ETF 하나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투자 대상이 충분히 분산된 ETF라면 여러 상품을 복잡하게 조합하지 않아도 하나의 계좌를 단순하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관리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매달 일정한 금액을 투자하고, 시장이 크게 움직일 때도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연금저축은 하루 종일 투자 화면을 들여다보는 계좌가 아닙니다.
오랫동안 가져갈 돈이라면 관리가 복잡하지 않은 것도 상당히 중요한 장점입니다.
특히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면 ETF를 많이 담는 것보다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자산에 꾸준히 투자하는 방식이 오히려 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여러 ETF가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다
반대로 여러 ETF를 활용하는 이유도 분명합니다.
서로 투자 대상이 다른 ETF를 조합하면 하나의 자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식 중심의 ETF와 성격이 다른 자산을 함께 고려하거나, 국내와 해외처럼 투자지역을 나누는 방식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ETF를 추가하는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도 좋아 보여서”라는 이유로 하나씩 추가하다 보면 어느 순간 처음 세웠던 투자계획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ETF를 하나 더 담을 때마다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 ETF를 추가하면 내 포트폴리오에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굳이 추가하지 않아도 됩니다.
ETF끼리 겹치는지 확인하는 습관
여러 ETF를 보유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구성 종목의 중복입니다.
예를 들어 A ETF와 B ETF가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어도 실제 상위 구성종목이 상당 부분 겹칠 수 있습니다.
이때 두 ETF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위험이 두 배로 분산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같은 종목에 대한 노출이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ETF를 여러 개 선택할 때는 상품명만 비교하지 말고 각각의 추종지수와 주요 구성종목, 종목별 비중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작업은 처음에는 조금 귀찮습니다.
하지만 연금저축처럼 오랫동안 돈을 넣을 계좌라면 처음 한 번 제대로 확인해두는 편이 나중에 상품을 계속 갈아타는 것보다 훨씬 편합니다.
ETF가 많아질수록 관리해야 할 것도 늘어난다
ETF가 하나일 때는 매달 투자할 금액을 결정하는 일이 간단합니다.
하지만 5개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각 ETF에 얼마를 넣을지 정해야 하고, 어느 상품이 많이 올랐는지 확인해야 하고, 특정 ETF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졌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처음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투자기간이 길어지면 이런 관리가 반복됩니다.
결국 분산투자를 위해 시작한 여러 ETF가 오히려 관리 부담을 늘리는 상황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ETF 개수를 늘리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을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선택한 ETF를 얼마나 설명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연금저축 투자에서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하나 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ETF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는가?
“그냥 유명해서 샀다.”
“최근 수익률이 좋아서 샀다.”
이 정도라면 조금 더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이 ETF는 이런 지수를 추종하고, 나는 장기간 이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기 때문에 투자한다.”
라고 설명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투자 이유가 분명하면 시장이 흔들렸을 때도 판단의 기준을 유지하기가 훨씬 쉽습니다.
연금저축 ETF의 정답은 ‘하나’도 ‘여러 개’도 아니다
결국 ETF 하나가 정답인지 여러 개가 정답인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ETF의 숫자가 아닙니다.
투자 대상이 충분히 이해되고 있는지, 서로 지나치게 겹치지 않는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변동성인지, 그리고 오랫동안 관리할 수 있는 구조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연금저축은 수십 년을 바라보고 투자할 수도 있는 계좌입니다.
그렇다면 복잡하게 만드는 것보다 내가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할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연금저축 투자자들이 많이 궁금해하는 해외 ETF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특히 미국 ETF에 관심이 있다면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연금저축에서 미국 ETF를 사면 일반 계좌와 세금이 똑같을까?”
다음 편에서는 연금저축에서 미국 ETF에 투자할 때 알아야 할 과세 구조와 일반 투자계좌와의 차이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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