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 시리즈 1편) 미국 직장인은 은퇴하면 크루즈를 떠나는데, 한국 직장인은 왜 노후가 걱정될까?
은퇴는 원래 일할 때 하지 못했던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미국인에게는 장거리 자동차 여행이 될 수도 있고, 몇 달 동안 여행을 떠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일을 그만둔 뒤 크루즈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미국의 모든 은퇴자가 크루즈 여행을 갈 만큼 여유가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렇게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입니다.
그런데 은퇴를 바라보는 방식에는 생각해볼 만한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은퇴 준비를 이야기할 때 수십 년 동안 쌓아온 개인의 퇴직계좌를 함께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은퇴를 앞둔 직장인이 이런 질문부터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가진 돈으로 과연 몇 년이나 버틸 수 있을까?”
이 차이가 왜 생기는지 궁금해서 미국의 401(k)와 한국의 노후 준비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401(k)가 있다고 노후가 자동으로 준비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401(k)는 은퇴자산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합니다.
하지만 정확히 무엇인지부터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401(k)는 미국의 고용주가 제공하는 퇴직연금 제도입니다. 근로자가 급여의 일부를 납입할 수 있고, 많은 401(k) 플랜에서는 가입자가 자신의 퇴직자산을 어떤 투자상품에 배분할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미국 노동부 역시 가입자가 직접 투자 방향을 결정하는 경우 투자 목적, 위험과 수익의 특성, 장기적인 성과, 수수료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결국 401(k)에 가입했다고 해서 편안한 노후가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 안의 돈을 어떻게 관리할지도 중요합니다.
저는 오히려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노후 준비를 보면 흔히 “미국 사람들은 401(k)가 있어서 좋겠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노후자산을 수십 년 동안 조금씩 쌓아가면서 장기 투자자산으로 관리한다는 점에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왜 은퇴가 다르게 느껴질까?
한국에도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제도가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으며, 출생연도에 따라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단계적으로 65세까지 높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 직장인이 은퇴 후 아무런 소득원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노후소득이 하나의 계좌에서 결정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실제 은퇴 후 생활은 국민연금, 퇴직급여, 개인적으로 마련한 저축, 개인연금 등 여러 자금원에 영향을 받습니다.
여기에서 개인적인 준비가 중요해집니다.
이러한 자금으로 주거비와 식비, 의료비, 교통비 등 기본적인 생활비를 충분히 감당하기 어렵다면 은퇴는 금세 여행 계획이 아니라 계산의 문제가 됩니다.
“은퇴하면 어디로 여행 갈까?”가 아니라
“나는 일을 그만둬도 괜찮을까?”
라는 질문부터 하게 되는 것입니다.
출발점 자체가 달라지는 셈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어쩌면 ‘시간’일지도 모른다
노후자금은 긴 시간을 가지고 준비할 때 의미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30대부터 조금씩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처음에는 계좌에 쌓이는 금액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매달 일정 금액을 넣어도 당장 내 미래가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20년, 30년은 상당히 긴 시간입니다.
납입금이 계속 쌓이고 투자수익이 다시 투자되면서 자산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노동부가 장기적인 투자에서 수수료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하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계좌에 돈이 얼마 없을 때는 작은 비용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같은 비용이 수십 년 동안 발생한다면 최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은퇴자산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미국 노동부 역시 수수료 차이가 장기간 누적될 경우 은퇴자산에 상당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사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래서 개인연금의 역할을 생각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저는 개인연금을 처음 알아볼 때 가장 먼저 “세금을 얼마나 아낄 수 있을까?”를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먼저 생각해볼 질문은 이것입니다.
“나는 일을 그만둔 뒤 어느 정도의 경제적 자유를 가지고 싶을까?”
세제 혜택도 중요합니다.
투자수익도 중요합니다.
수수료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더 큰 목적은 은퇴 후 사용할 수 있는 자산과 그 자산이 만들어주는 선택권입니다.
개인연금은 그 구조를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국민연금을 대신하는 것도 아닙니다.
투자수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개인연금에 가입한다고 은퇴 후 크루즈 여행을 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다만 은퇴 이후 선택할 수 있는 자산을 하나 더 만들어주는 역할은 할 수 있습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은퇴 직전까지 기다리면 생기는 문제
노후 준비에서 아쉬운 것 중 하나는 은퇴가 가까워진 뒤에야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때부터는 아무리 노력해도 자산을 크게 바꿀 시간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일찍 시작한다는 것은 반드시 많은 돈을 투자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생활에 부담을 주지 않는 금액부터 시작하고, 소득이 늘어나면 조금씩 납입액을 조정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래서 저는 매달 납입하는 금액을 조금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작은 금액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금액을 수십 년 동안 반복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하나의 습관이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 습관이 자산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401(k)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렇다고 미국의 퇴직연금 제도를 그대로 한국에 가져와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미국과 한국의 연금제도는 서로 다릅니다.
401(k)는 고용주가 제공하는 퇴직연금 제도이고, 한국의 개인연금은 별도의 법적·세제 체계 안에서 운영됩니다.
따라서 질문을 이렇게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도 미국의 401(k)를 그대로 따라 해야 할까?”
보다는
“미국의 장기적인 노후자산 관리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가 더 적절합니다.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일찍 시작하고,
꾸준히 납입하고,
내 돈이 어디에 투자되고 있는지 이해하고,
비용을 확인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계획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입니다.
미국 노동부 역시 퇴직연금 가입자가 투자상품과 수수료를 이해하고 자신이 선택한 투자상품을 계속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인에게만 필요한 방법이 아닙니다.
장기적인 노후 준비를 한다면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크루즈가 아니다
은퇴한 사람이 크루즈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생각하면 크루즈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느냐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크루즈 여행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손주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사람에게는 조용한 동네로 이사하는 것, 작은 취미를 시작하는 것, 혹은 단순히 매달 들어오는 월급을 걱정하지 않고 일을 그만두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노후 준비는 그런 선택권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개인연금을 알아볼 때도 “세액공제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에서 시작하기보다 한 가지 질문을 먼저 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월급이 들어오지 않는 날부터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나면 왜 노후자산을 미리 준비하고 관리해야 하는지도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저 역시 개인연금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결국 여기에서 시작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개인연금 계좌를 만들었다면 그 안의 돈은 실제로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계좌를 만드는 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그다음부터가 진짜 관리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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