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은행에 돈을 맡길 때 은행의 자본금 규모나 국가의 예금자 보호 여부를 확인하듯, 스테이블 코인을 고를 때도 코인 자체의 이름 뒤에 숨겨진 '발행 회사'를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코인의 안정성은 결국 그 코인을 찍어내고 달러를 보관하는 주체의 신뢰도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USDT의 발행사 '테더(Tether)'와 USDC의 발행사 '서클(Circle)'이 각각 어떤 지배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제도권 금융에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 명확하게 비교해 보겠습니다.
1. 테더(Tether) 사: 베일에 싸인 크립토 토박이의 지배 구조
USDT를 발행하는 테더 사는 가상자산 업계의 가장 오래된 거물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전통 금융 기관처럼 투명한 지배 구조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테더 사의 프로필을 보고 처음에 다소 당황하곤 합니다.
테더 사는 글로벌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인 '비트파이넥스(Bitfinex)'와 한 지붕 아래에 있는 자매회사입니다. 지주회사인 디지파이넥스(iFinex)가 두 회사를 모두 소유하고 있는 형태죠. 최고경영진 역시 겹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초기 시장을 조사할 때 가장 우려스러웠던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거래소와 발행사가 밀접하게 유착되어 있다 보니, 위기 상황에서 서로의 리스크를 전가할 수 있는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본사를 버진아일랜드나 홍콩 등 규제 당국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역외 지역에 두고 운영해 온 점도 오랫동안 시장의 불신을 키운 원인이었습니다.
2. 서클(Circle) 사: 월가와 미 제도가 낳은 엘리트 모범생
반면 USDC를 발행하는 서클 사는 태생부터 전통 금융 및 미국 제도권과의 융합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골드만삭스 같은 월가의 거대 자본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유치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것이 그 증거입니다.
서클 사의 지배 구조는 매우 명확하고 제도 친화적입니다. 미국의 대형 상장 거래소인 코인베이스(Coinbase)와 함께 '센트레(Centre)'라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USDC를 관리해 왔으며, 최근에는 서클 사가 직접 발행 권한을 일원화하며 미국 증시 상장(IPO)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미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에 자금송금업자(Money Transmitter)로 정식 등록되어 있습니다. 주 정부 단위의 까다로운 금융 라이선스인 '비트라이선스(BitLicense)'까지 취득하여 운영되므로, 지배 구조의 투명성 면에서는 테더 사를 앞선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3. 제도권 편입 현황: 미국 국채 시장의 숨은 고래들
재미있는 점은, 지배 구조의 형태는 다르지만 두 회사 모두 현재 미국 금융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거물'로 성장했다는 사실입니다. 두 회사가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사들이는 '미국 국채'의 규모가 웬만한 국가의 보유량을 상회하기 때문입니다.
테더 사는 과거 역외 자산 위주의 불투명한 운영에서 벗어나, 최근 몇 년간 자산의 대부분을 미국 단기 국채로 전환하며 제도권과의 접점을 강제로 만들어냈습니다. 월가의 대형 자산운용사인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를 수탁사로 선정해 국채를 관리하는 등 미국 금융 시스템 내부로 발을 들이밀고 있습니다. 반면 서클 사는 처음부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과 파트너십을 맺고 '서클 자수정 펀드'를 통해 미국 국채를 투명하게 관리해 왔습니다. 블랙록이 서클 사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제도권 금융이 USDC를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우호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4. 실전 투자자가 마주하는 규제 리스크의 명암
발행사의 이러한 성향 차이는 정부의 규제가 발동할 때 극명한 차이로 나타납니다.
미국 정부가 특정 범죄나 제재 대상의 지갑을 동과하라는 명령을 내렸을 때, 서클(USDC)은 미국 지리적 거점과 라이선스 구조상 즉각적이고 칼 같은 조치를 취합니다. 시스템의 통제권이 미국 당국에 사실상 종속되어 있는 셈입니다. 반면 테더(USDT)는 상대적으로 미국 외 지역의 유동성을 대변하기 때문에 당국의 압박에 유연하게 대처하거나 협상할 여지가 다소 존재합니다. 다만 이것이 테더 사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도리어 미국 정부의 강력한 사법 조치(셧다운 등)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양날의 검을 품고 있습니다.
[핵심 요약]
테더(USDT)는 대형 거래소 비트파이넥스와 지배 구조가 얽혀 있는 역외 발행사로, 풍파를 견디며 성장한 크립토 중심의 기업입니다.
서클(USDC)는 월가 자본의 투자와 블랙록, 코인베이스 등 제도권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미국 본사에서 투명하게 운영되는 규제 친화적 기업입니다.
두 발행사 모두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한 금융 고래로 성장했으나, 위기 시 미국 정부의 통제력과 규제 순응도 면에서는 USDC가 훨씬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다음 편 예고: 두 코인의 안전성을 가르는 실질적 지표인 '내 돈은 정말 안전할까? USDT와 USDC의 준비금(Reserves) 자산 세부 구성 항목 비교 분석'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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